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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成人인 권리


 

 1월의 둘째 주 월요일, 해마다 돌아오는 그날은 성년이 되는 이들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존재하는 날이었다. 원래라면 아니었겠지만 법이 바뀌면서 얼떨결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됨과 동시에 성년을 맞이한 시나즈가와 家의 차남을 위한 날이기도 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권리를 가져다준다. 부모의 동의 없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거주할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겐야에게 성인만이 누릴 수 있는 그 어떤 특권조차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동급생들을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중 누구도 겐야가 바랬던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사네미의 인정을 받는 것, 그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뿐이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자신이 든든하기는커녕 자신이 사네미에게 있어 버팀목 비슷한 것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날 자신의 심연 속에서 사네미를 만나지 못했다면 말이다.


 

 늘 그랬듯 시나즈가와 家의 아침은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 일곱 남매가 사는 집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겐야는 이런 시끌벅적한 모습을 싫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동생들은 사랑스러웠고, 특히나 그날은 겐야가 내심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기도 했다. 가슴속부터 느껴지는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기대하는 것이 없더라도 성년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설렌다고 형님에게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하지만 하나뿐인 그의 형님 사네미는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것처럼 기분이 영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형님, 혹시 무슨 일...”

 

  “겐야, 늦지 않게 준비해서 나오도록 해라.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겐야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막내인 슈야의 입에 밥을 떠먹이며 사네미는 용건만을 말했다. 슈야의 입에 밥을 떠먹이는 것은 늘 사네미의 일이었다. 어린 아이의 밥을 떠먹이다 보면 떠먹여 주는 사람은 가장 마지막에 식사하게 된다. 하지만 사네미는 장남으로서 늘 마지막으로 식사를 끝내야 하는 일을 마다한 적이 없었다. 그런 사네미의 모습에 또 다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낀 겐야의 마음은 가라앉고 말았다. 


 

 ‘중요한 날’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 ‘사실은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못마땅한 날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라고 겐야는 속으로 되뇌었다. 못난 동생이 성인이 되는 날 따위 형님은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거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한없이 울적해진 기분에도 겐야는 차남답게 사네미와 식탁 정리를 끝내고 욕실에서 양치를 가장한 물놀이 중인 동생들은 하나하나 2층에 올려보냈다. 그러고 나서야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겐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정장 한 벌이었다.


 

 사네미가 늦지 말라고 했던 이유는 어머니인 시즈가 겐야가 성인이 되는 것을 기념하여 사진관에 가서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성년의 날을 기념하여 흔히들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독사진도 아니고 사실상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제대로 차려입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새 옷 특유의 냄새가 났다. 형님의 것도 오래전에 돌아가셨다던 아버지의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어머니인 시즈가 차남을 위해 새로 산 옷이겠지, 소맷자락을 들어 만지며 겐야는 생각했다.


 

 똑- 똑-


 

  “겐아, 엄마야.”

 

 때맞춰 찾아와주신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엄마, 오셨어요?”

 

  “응, 겐야. 방에 있었구나.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사실은.. 오늘 사진 찍는 건 사네미와 둘이서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동생들까지 데리고 가려니 감당이 안 돼서 말이야. 겐야에게 평생에 단 하루밖에 없는 날인데, 함께 가지 못해 정말 미안하게 됐어.”


 

 사네미와 단둘이서 사진을 찍으러 가라니. 어색하고 떨려서 제대로 표정이나 지을 수 있을까.


 

  “그나저나 겐야, 저 정장은 뭐니? 못 보던 정장인데, 사네미가 선물해 줬나 보구나?”

 

  “네? 엄마가 놓고 가신 게 아니었어요?”

 

  “응, 난 전혀 모르는 정장인걸. 그리고 저 정장, 사네미가 평소에 입고 다니는 정장이랑 정말 비슷하지 않니? 사네미가 똑같은 곳에서 주문한 것 같구나. 정말 신경을 많이 썼는걸?”

 

 

 어머니의 눈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있던가. 관혼상제에도 항상 조끼만 입은 채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고 다니는 탓에 매일 등교를 같이하는 사이임에도 까맣게 잊어버린 사네미의 정장 마이가 이렇게 생겼었다는 것을 어머니인 시즈는 기억하고 있었다. 시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천의 질감 또한 사네미의 것과 같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네미의 것에서 색깔만 보라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젠가 사네미가 겐야에게 잘 어울린다고 말했던 탓에 교복에 굳이 보라색 니트를 껴입고 다녔으면서도 겐야는 이것이 사네미의 선물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180cm의, 사네미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떡하니 벌어진 어깨에 맞을만한 정장이라면 겐야의 체형엔 어깨를 제외한 부분은 펄럭거려 우스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장은 겐야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본 후 수치화한 것처럼, 셔츠 위엔 조끼를 그 위에는 마이를 꼼꼼히 챙겨 입을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이 딱 맞았다. 정장을 몸에 두르고 나니 비로소 사네미가 선물한 옷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형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니까, 이 옷도 그런 것이겠지.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모순적이게도 단정해 보이면서도 흐트러져 보였다. 잘 갖춰 입고도 발가벗겨진 것 같은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싫은 감정은 들지 않았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까지 눈길이 닿아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사네미란 것을 알았으니까.


 

 사네미의 손길이 휘감아오는 느낌에 거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겐야의 주의를 끈 것은 1층의 또 다른 방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사네미겠지. 늦지 말라고 했던 사네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겐야는 서둘러 뒤를 쫓았다.


 

 예약해두었던 사진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사네미와 겐야는 단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 사네미가 가진 생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겐야는 자신을 위한 정장을 맞출 때 형님이 어떤 표정과 어떤 목소리로 점원에게 이야기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사네미가 아무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사진관 주인은 전화로 예약을 부탁했던 남자가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정장 차림 남성을 데리고 단둘이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 잠시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사네미의 야차 같은 눈빛을 보고는 말없이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사진관에 마련된 의자에 앉자마자 어색함이 밀려왔다. 부끄러움이 많은 겐야는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을 못견뎌했다. 

 

 결국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왼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려 사네미를 쳐다봤다. 하지만 변함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네미의 옆얼굴에 카메라 플래시를 정면에서 맞은 것처럼 눈이 부셔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인화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죠?”


 

 팥떡을 좋아하는 것처럼 가끔 옛것을 고집하는 면이 있는 사네미는 파일로도 받을 수 있음에도 인화된 사진을 요구했다. 한 번 사네미의 야차 같은 눈빛을 본 사진관 주인은 빈말을 할 수 없었는지 여유롭게 두 시간을 불렀다. 사진관 주인의 말에 그 정도의 시간이면 집에 가서 동생들과 점심을 함께하고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겐야는 사네미에게 말했다.


 

  “그럼 형, 집에 가서...”

 

  “근처에서 해결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도록 해. 오늘은 너를 위한 날이니까.”

 

 아침과 똑같은 레퍼토리이다. 선택한 단어는 다정할지언정 겐야를 쳐다보지 않는 사네미의 무심함은 반대의 뜻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원하는 걸 사준다고 했더니 기껏 온다는 게 여기냐”


 

 겐야가 카마도 무리에 끼여 파란 하늘 식당에 종종 간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파란 하늘 식당에 가자고 하자니.. 사네미는 메뉴판을 쳐다보는 겐야를 보고는 짧은 숨을 내쉬었다. 


 

 메뉴판 사이로 맨얼굴을 숨긴 겐야의 얼굴은 울상 그 자체였다. 정장 한 벌 따위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형님도 어쩌면 오늘을 기뻐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잠시나마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밥 위에 올려진 돈카츠의 튀김옷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밥을 깨작거렸다. 일찍 식사를 끝낸 사네미는 한 손으로 그릇을 잡아 조금 남은 된장국마저 마셔버리곤 그런 겐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카마도군 왔구나! 아가츠마 군도! 하시..비라 군도.”

 

  “아오이 선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방학이라 자주 못 와 죄송했어요!”

 

 

  “쳇.”

 

 쳐다보지 않아도 짜증 날만큼 따뜻한 말투의 주인공은 분명 탄지로와 그 친구들이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사네미는 못마땅하다는 듯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겐야, 난 먼저 간다. 사진은 내가 찾아서 갈 테니, 넌 저 녀석들이랑 있다가 나중에 오든지 좋을 대로 해라.”


 

 끝내 자신을 버리고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형님을 겐야는 붙잡을 수가 없었다. 뒤를 돌아 식당을 나가는 형님의 모습을 보고 있던 겐야의 옆자리와 앞자리를 탄지로와 젠이츠, 이노스케가 채웠다. 절대로 입 밖에 꺼내지 않을 ‘고맙다’는 말을 겐야는 마음속으로나마 세 친구에게 전했다. 


 

 “겐야, 시나즈가와 선생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너에게서 슬픈 냄새가 나. 오늘은 좋은 날인데 말이야.”

 

 탄지로의 말이 맞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슬펐다.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오늘 겐야의 기분은 천국과 지옥을 여러 번 오갔다.


 

 “형님은 나 같은 게 성인이 되는 게 그렇게 싫으신 걸까. 내가 못난 동생이라서.” 

 

 탄지로의 앞에서는 무심코 본심을 말하게 될 때가 있다. 그게 이 아이가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


 

  “그렇지 않아 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부로 말하진 못하겠지만, 시나즈가와 선생님은 겐야가 성인이 된 걸 누구보다 기뻐하고 계실 거야. 왜냐하면 내 후각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안 그러신 척해도 겐야 널 볼 때면 시나즈가와 선생님에게선 항상 오하기 같은 달달한 냄새가 났으니까!”


 

 그의 말처럼 탄지로의 후각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형님은 도대체 왜....? 겐야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조차 겐야의 머릿속은 사네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형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빠앙-


 

  “겐야아!!!!!”


 

 큰 경적소리. 자신을 덮쳐오는 거대한 물체.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상해.. 이런 기억이.. 있었나?’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야가 뒤바뀌었다. 온몸이 물속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은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죽지 않는 강, ‘不死川‘ 이란 성을 두 형제가 있었다. 눈을 떠보니 세상에는 두 형제밖에 남지 않았더라. 그런데도 자신은 하나밖에 없던 형을 살인자라고 매도했다. 그리고 사네미는 그런 겐야를 두고 홀로 떠났다. 


 

 용서받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바람처럼 멀어지는 형을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도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검술도 호흡도 쓸 줄 모르는 반푼이니까 형님에게 미움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은 반푼이가 맞았다. 형님의 진정한 뜻을 너무 늦게 이해해버렸으니까.


 

  “네놈은 정말 구제할 길 없는 동생이구나. 내가 뭐 때문에 어머니까지 죽여가며 널 지켰는데.”


 

  “네놈은 어딘가에서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늘려 호호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았어야 했어. 어머니한테 해드리지 못한 것도, 남동생, 여동생들한테 해주지 못한 것도, 네가 그만큼 네 부인과 자식들을 행복하게 해주면 되는 건데····”


 

  “그곳에는 내가 절대로 도깨비가 못 가게 막을 거니까.”


 

 사네미는 겐야를 미워하지도,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네미가 바랬던 것은 그저 하나, 겐야가 오랫동안 살아남아 제대로 된 삶을 누리는 것뿐이었다. 


 

 그런 형님을 오해하고 홀로 사지로 뛰어들게 만든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리고 끝내 자신은 형님의 유일했던 소원마저 이루어주지 못했다. 


 

 바스러져 가는 자신을 붙잡으며 울부짖는 형님의 얼굴이 보였다. 여기 있다고, 자신은 여기 있다고 소리쳐 보았지만 형님에게 목소리가 닿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겐야가 조용히 읊조렸다.


 

  “형아...미안해···”


 

 사진관에서부터 눈치를 보다가 밥 까지 깨작거리는 겐야를 또래 친구들에게 넘겨주고는 홀로 사진관에 들린 사네미를 사진관의 주인이 붙잡았다. 삭제하기엔 아까운 사진 몇 장이 있는데 보시고 원하면 사진 몇 개를 더 인화해 주겠다나. 이미 여러 장의 사진이 손에 들려있었음에도 사네미는 사진관 주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혼자서 찍은 사진이었다면 몰랐겠지만 겐야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남기고 싶었다.


 

 지난번의 삶 속 겐야의 그 무엇도 사네미에게 남지 않았으니까. 


 

 지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이 갈가리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겐야를 위협하는 존재들을 물고 늘어져 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신은 비참하게도 사네미에게서 겐야를 뺏어갔다. 바스러져 가는 몸을 붙잡아보려 꽉 끌어안아도 손안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겐야가 입던 대원복조차 챙길 수가 없었다. 아직 자신이 물고 늘어져야 하는 존재가 세상에 남아있었으니까. 그것을 멸살(滅殺)하는 것만이 겐야의 형으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얼굴에 새겨졌던 바람개비의 문양은 모든 싸움이 끝난 뒤 사네미의 생명력과 함께 사라졌다. 저주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이었는지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 가까워질수록 사네미는 자신의 생명력이 꺼져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그런 사네미일지라도 바라는 것은 한 가지 있었다. 만약 다음 생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리고 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한 번만 더 겐야의 형으로 태어나 그 아이가 성년의 나이를 넘어 살아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기를. 그뿐이었다. 더 바라는 것은 없었다.


 

 사진관 주인에게 속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가 붙잡아준 덕에 타이밍이 맞았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자동차가 돌진해오는 것도 모른 채 걷고 있던 겐야를 늦지 않게 구해낼 수 있었다. 담벼락 쪽으로 겐야를 밀어 넣고 온몸으로 막아섰던 사네미는 자동차가 멈추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등을 돌려 겐야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놀란 것인지 벽으로 밀쳐진 충격에 기절한 것인지 정신을 잃은 것 같은 겐야를 안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축 늘어진 채 제 품에 안긴 겐야를 바라본다. 사네미의 눈에 겐야는 늘 아이 같았다. 잠든 후의 얼굴을 볼 때면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했다. 또 겐야를 잃을까 봐, 겐야를 지켜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안에서 사라져버릴까 불안했다. 그랬기에 사네미는 집안의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늘 겐야에게 눈을 뗀 적이 없었다.


 

  “사네미, 벌써 왔니...? 겐야는 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마중을 나온 어머니를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 사네미는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이 녀석 들떠서 잠이라도 설쳤는지 졸려 보이기에 안고 왔을 뿐이라고 대답하는 장남에게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겐야의 방문을 열어줄 뿐이었다.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눈을 뜬 겐야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훑었다. 익숙한 자신의 방 풍경에서 겐야의 시야를 사로잡은 것은 사네미의 초록빛 정장 조끼였다.


 

 ‘형님이 함께 있어줬구나····.’


 

 정신을 잃은 동안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았다. 단순한 꿈이었는지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말하는 ‘전생’의 기억인지 알 도리는 없었다. 그러나 심연 속에서 현실로 돌아왔음이 분명한데도 사네미에 대한 기억만큼은 생생했다. 자신이 쫓았던 남자도 사네미, 그런 자신을 마지막까지 지켜주었던 남자도 모두 사네미였다.    


 

 온종일 겐야를 괴롭혔던 고민은 사라졌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형님은 누구보다 자신이 성인이 되는 것을 바라왔을 거라는 걸. 무의식 속의 형님이든 조금 전까지 자신을 돌보다 잠깐 볼일을 보러 간 형님이든지간에 누구보다 상냥한 겐야의 형이라는 것은 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방문이 열리고 사네미가 들어왔다. 겐야는 형님을 올려다 보았다. 

 

  “겐야아- 정신이 든 거냐. 너는 어떻게 된 애가···, 후- 됐다. 괜찮으니 됐다. 좀 더 자도록 해.”


 

 일어난 겐야를 보고는 화를 낼 것 같던 사네미가 커다란 손으로 겐야의 머리를 덮었다. 그 손길에 겐야는 안정을 찾는다.

 

 

  “형.. 미안해. 나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건데····”

 

  “신경 쓰지 마라, 이런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니까.”

 

 사네미는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솔직한 편에 속했다. 정말로 사네미에겐 이런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겐야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어떠한 일도 사네미를 상처 입힌 적이 없었다.

 

 

 겐야의 머리를 쓰다듬던 사네미가 의자 위에 걸쳐놓았던 조끼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반투명한 봉투, 사진관에서 받아온 기념사진 같았다. 사네미는 봉투 안으로 긴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어 겐야에게는 보이지 않게끔 사진 한 장을 꺼내 올렸다. 끝까지 겐야에겐 보여주지 않은채 조끼의 안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나머지 사진이 든 봉투는 통째로 겐야에게 건넸다. 자신은 이것 한 장으로 충분하다는 사네미의 뜻이었다. 


 

 사네미의 손길을 받다 홀로 남겨진 방안에서 사진을 꺼내 본다. 사진관에선 부끄러워 미처 다 눈에 담지 못했던 사네미를 독점하는 시간이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긴다. 그러다가 구도가 다른 사진 한 장을 확인하곤 그것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은 사진 속에는 담긴 건 정면을 응시하는 남자 하나, 그리고 그 남성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겐야는 뱃속 깊은 곳부터 쿵-쿵-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네미가 겐야에게 보여주지 않은 사진도 겐야와 같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그 반대의 구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좋을 것이다. 둘 다 사랑을 증명해주기엔 충분할테니까. 


 

 오늘은 시나즈가와 家의 차남을 위한 날. 성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권리를 가져다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겐야의 마음에 드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짝으로 골라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성인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권이었다. 


 

 사랑하는 사네미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행복한 성년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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