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ydream
꿈 속을 헤매다 눈을 떴을땐, 온 몸이 아파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감겨있는 붕대와 분주한 주변의 소리가, 어쨌든 드디어 모든게 끝이 났다는것을 증명했으나 어째선지 기쁜마음이 들지 않았다. 꿈에서 오랜만에 어머니를 보았던거 같은데 깨지말고 따라갈걸 생각해본다. 겐야.. 머릿 속에 선명하게 피어나는 얼굴에 움직이지 않는 몸에 힘을 줬다. 마지막이라며 웃으며 인사하던, 온전한 곳 없이 다친 몸이 아팠을텐데도 울면 내가 슬퍼할까봐 애써 웃으며 나쁜 말을 하나도 하지 않았던 착한 녀석.. 급박한 상황이라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단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아물지 않는 상처때문인지 붕대의 곳곳이 피로물들었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대원이 말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만나러 가야만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손길을 쳐내고 무너진 성으로 향했다.
"겐야아.. 겐야를.. 만나러 가야해"
"겐야는 지금 치료중이에요! 풍주님.. 제발 더 움직이시면 정말 위험해요.."
앞만보고 걷다 뒤를 돌아 말을 건낸 대원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다시 한번 더 말하길 바라는 눈빛에 한 곳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 쪽에 있어요..
손 끝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한 걸을씩 걸었다. 자꾸 쓰러질거 같은 다리에 힘을 줘가며 더 빨리 달려가고싶었다. 그렇게 닿은 곳엔 창백한 얼굴의 겐야가 누워있었다. 미동조차 없이 하얀 얼굴이 너무 늦었단 생각이 덜컥 들만큼 평온했다.
"살아있어요.. 하지만 상태가 좋진 않아요 이대로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황이 상황인만큼 희망적인 말은 최대한 건내지 않으려했다. 보통이라면 죽었을테니까 특이한 체질 덕분에 간신이 숨은 붙어있으나 그 다음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말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마주했을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부대 내에 풍주 시나즈가와 사네미에 대한 평판은 찔러도 눈물 한 방울 나올거 같지 않은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동자에 물기가 어리며 흔들렸다. 절대 무너질거 같지 않던 그의 모습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창백한 얼굴에 묻은 피를 닦는 손길이 떨리는게 한 눈에 보였다. 아주 조심스런 그 떨림은 점차 온 몸으로 번져 소리없는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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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을 꾸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잊었던 동생들과 함께 걸으며 웃었던 기억, 너무 행복해서 꿈인걸 알았을만큼 달달해서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해가 지지도 않고 배고픔도 없는 그런 말그대로 평화로운 꿈. 그 안에서 가능하다면 깨고싶지 않았는데 문득 날리는 하얀 꽃잎에 누군가 생각이나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주윌 둘러보면 어린 동생들이 떠들고 웃으며 놀고있었고 막내동생은 자신의 품에안겨 잠에 들어있는, 그렇게 바랐던 나날인데 중요한걸 잊어버린 느낌.
-형. 형아~ 형아야~
앉은 겐야의 어깨를 연신 흔드는 동생의 부름이 물에 빠진것처럼 먹먹하게 들려왔고 드디어 잊어버린게 뭔지 기억이 났다. 하얀 꽃잎을 닮은 머리카락과 누구보다 상냥한 마음을 가진 나의 형. 짧다면 짧은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던 형. 떨어져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형이 어딘가 살아있고, 다시 찾아가 같이 살게될 날을 꿈꾸며 버텨왔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친다. 형을 찾으러 가야하는데 자꾸 감기는 눈꺼풀을 이길 수 없어 한참을 부르는 동생들에게 잠시만, 아주 잠시만 잘게. 중얼거리며 감겨오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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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고 했다. 겐야가 눈을 뜨는 일은 아마 어려운 일이 될것이고 만약에 눈을 뜨더라도 평생 누워만 있을 수도 있다는 말. 그런데 기특한 동생은 오랜 시간이 지나 눈을 떠 주었고, 다시 맑은 눈동자를 맞추며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아주었다. 겐야가 태어나 처음 자신의 손을 잡았을때, 엄마보다 형아를 먼저 불러주었을때 평생을 살아가게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보다 강렬한 순간이었다.
사실은 마음 속으로 먼저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건 자기자신인 것만 같아서 그 눈동자 안에 온전히 담기는 자신의 모습에 마치 꿰뚫어보인듯 했지만 애써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다시 찾아와준 기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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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이 남아 아마 무리한 운동은 불가능할 것이라 했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불 밑에 있는 다리가 온전히 있는건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형이 손을 뻗어 주물러주지 않았다면 아마 무서워서 다리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할 용기도 없었을것이다.
"힘들지만 조금씩 재활하면 일상생활엔 무리가 없을거래."
다리에 느껴지는 감각은 무뎠지만 눈에 보이는 손이 떨리고 있는걸 보았다. 애써 눈길을 피하며 웃어보려는 표정이 더 슬퍼보여서 오히려 괜찮은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을 뻗어 닿을 거리에 있는 형의 얼굴에 손을 살며시 대었다. 놀란표정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어서 손끝으로 살살 눈가를 쓸었다. 어릴적 내가 울때마다 형이 닦아주던 손길을 떠올리며 건조한 눈가를 몇번 어루만지자 드디어 눈길이 마주쳤다.
"내가 우는거 같았어?"
"응."
울었다, 보단 슬퍼보였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왜 울어 네가 눈을 떴는데.."
"그러게 형은 제일 무서운 풍주님인데"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 닿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손바닥에 숨이 닿아 간질이는 기분이 이상해서 꼼지락거렸지만 어느새 잡힌 손목은 놓아주지 않은채 얼굴을 묻어와서 그 모습이 언젠가 보았던 버려진 강아지같아 팔을 들어 하얀 머리칼을 흩으러놓았다.
"개.. 같다."
입 밖으로 뱉어진 말에 나조차 놀라 풉 하고 웃어버리고 살살 눈치를 봤는데 다행히 신경쓰지 않는듯 해서 다행이다.
"개 키울까?"
"왜?"
"어릴때 너 먹을것도 없으면서 동네 강아지한테 밥 줬잖아."
"음.. 그랬었나"
"응. 넌 먹지도 않고 줘버려서 나한테 혼났어"
"기억안나"
"누가 잡아갔는지, 떠돌이가 다른 곳으로 갔는지 사라져버려서 엄청 울었어 너."
마치 어제 일 처럼 선명하단듯 말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렇게 말해줘도 단 한순간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지어낸 얘기처럼 들렸다.
"너무 울어서 내가 나중에 꼭 기르게 해주겠다고 약속 두 번 하고 나서야 그쳤어"
"하하.. 내가 그랬었나?"
"어 그러니까 퇴원하면 우리집에 가서 강아지도 기르고 맨날 산책다니자."
"같이.. 같이 살아?"
무슨 소릴 하냐는 듯한 똥그란 눈동자가 대답을 대신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나서 한참을 웃었더니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왜 웃는건지 이해 못한 형의 얼굴을 마주보고 한번 더 웃어버렸다.
손을 꼭 잡고선 같이 돌아가자. 같이 살자. 포근한 그 목소리에 잠이 또 쏟아져 그대로 몸을 누이고 가만히 그 목소리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느꼈다.
그래 이제 돌아가자. 둘이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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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곁에서 도와주는 사네미 덕에 겐야는 아프단 말도, 힘들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진 겐야에게 건낸 손이 떨리는건 잡아본 사람이 제일 잘 알았다. 그래서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약한 소릴 하면 그보다 더 아파할 사람 때문에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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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네미는 종종 악몽을 꾸곤 했다. 깨어나면 무슨 꿈인지 다 잊어버렸지만. 온 몸에 한기가 느껴져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날이 밝을 때까지 뜬 눈으로 지새운 밤이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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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가 퇴원하기 전까지 사네미의 일상은 똑같았다. 병상이 넉넉치 않아 늦은 밤 겐야를 재워두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긴 새벽을 지나 이른 새벽 산을 올라 장에 갖다 팔기 위해 나물같은 것을 캐고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는 아침 시간이 되어 겐야가 있는 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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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문제가 생겨 평소보다 좀 더 늦었던 날 아무리 빨리 뛰었지만 평소의 시간보다 늦어버렸다. 그런 사네미를 맞이해준건 벽을 짚고 선 겐야였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 한걸음에 다가가자 겐야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어떻게? 혼자 나왔어?"
바보처럼 말을 더듬는 사네미의 팔뚝을 잡고 지지대 삼으며 선 겐야는 그대로 사네미의 품에 안겼다. 품에 안으며 온기를 느끼면서도 고장난것처럼 계속 물었다. 괜찮아? 어떻게? 겐야는 삐걱거리는 사네미의 모습이 웃겨서 단단한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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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와 함께 사는 집에선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몇 번 땀에 젖어 눈을 떳을때 제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겐야의 얼굴을 확인하면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금방 괜찮아졌고 곤히 잠든 겐야의 곁으로 더 다가가 작은 숨소리가 들리면 다시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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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웠다. 다른 어떤 말보다 그 말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한 나날이었다. 요리엔 영 재능이 없던 겐야도 간단한 계란국 정도는 끓일 수 있게 되었고 사네미가 일을 하고 오는 동안 심심할까봐 예전의 동료들이 가끔 들려 겐야의 친구가 되어준 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간이 가능한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욕심이 자꾸만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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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는 이제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걸음은 느렸지만 천천히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고, 몸에 남아있던 상처들도 아물어 더이상 천을 데지 않아도 되었다.
잔기침이 늘었지만 곧 겨울을 앞 둔 건조한 날씨때문이라며 집에선 따뜻한 물에 우러나는 약냄새가 배어버린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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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점점 늘어가는 기침과 답답한 가슴이 제게 남은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진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했다. 무서웠다. 모두가 잠드는 깊은 밤에도 아침이 오지 않을것만 같은 불안감에 눈을 감지도 못하는 날이 생겼고 그런 겐야의 상태를 알았는지 옆으로 다가온 사네미는 팔 가득 겐야를 안으며 밤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어렸을적 얘기, 떨어져 살았던 때의 얘기,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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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여느때와 같은 밤 겐야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사네미를 불렀다. 같이 있다보니 부를 일이 적어 예전처럼 형아라는 호칭은 괜히 부끄러운거 같아 고르고 고른 호칭이다. 겐야의 부름에 사네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 눈을 맞춰왔다.
“그때 했던 얘기 진짜야?”
“어떤?”
“그… 내가 결혼해서 애를 낳고 그 애가 또 자라 애가 생겨서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살길 바랐다고 했잖아.”
“진짜야?”
겐야는 사네미의 눈을 마주보며 진실을 말하라는 듯 한번 더 물었고 사네미는 그런 겐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지금도 바란다고 말했다. 그 눈빛은 한없이 다정하고 올곧아서 거짓하나 없는 진실임을 느꼈다.
“소원이 있어”
겐야는 고갤돌려 사네미의 가슴팍에 기대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다음 말을 생각했다.
“결혼하고싶어”
마치 내일 아침은 맑은 된장국이 먹고싶어. 같은 말투로 속삭였다
“형아랑 결혼하고싶어. 소원이야, 들어줄거지?”
마지막엔 웃음기가 섞여 장난칠때의 목소리와 똑같았지만 진심인지 아닌지를 생각할 틈도 생기지 않을만큼 손을 마주잡아오는 손길이 망설임이 없었다.
사네미는 자신의 모순을 잘 알았다. 겐야를 평생 제 옆에 두고싶지만 그래선 안됨을 아주 옛날부터 알고있었기에 손을 뻗지 못 했던것을 기억한다. 겐야의 행복을 위해 나의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다짐해왔지만 사실은 말 할 용기같은게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어 오는 겐야를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밀어낼 수 없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마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그러자. 결혼하자.”
'형이 어떻게든 해줄게. 꼭 행복하게 해줄게.' 그런 다짐을 하며 조심스럽게 겐야의 입술에 닿았다. 말라서 까슬한 입술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물며 사네미의 타액으로 겐야의 입술이 촉촉해졌을 즈음 별안간 겐야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놀란 사네미는 눈물이 방울지는 눈가를 닦아내며 왜 그러냐 물었고, 잠깐이나마 들었던 불안감이 싹 사라지는 대답을 했다. 좋아서. 너무 꿈같아서.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도장을 찍듯 여기저기 입술을 문대고 나서야 사네미는 겐야에게 진심을 말할 수 있었다.
굳이 말로 하자면 진부한것들. 그런 단어 속에 마음이 있다고 믿어본 적 없는데 지금은 그런 말들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들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알고있는 가장 간단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해.."
한번 입 밖으로 뱉어낸 마음은 다시 담을 수가 없어서 줄줄흘러나왔다. 함께하자, 행복하게, 앞으로도, 계속, 평소라면 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냈고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진심에 겐야는 행복하게 웃으며 착실하게 응. 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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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와 사네미를 찾아오는 옛 동료들에게 결혼사실을 알렸다. 편견이 두렵긴 했으나 숨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생사를 같이 해온 사람들에게 그저 말 하고 싶었던게 가장 큰 이유였다.
모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하며 축하의 말을 건냈고, 그들에게 예식은 치루지 않지만 곧 보름이 오는 날 밤 시나즈가와 저택에 모여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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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는 혼례는 아니지만 그런 명목하에 모이는 자리여서 음식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들뜨는걸 느꼈다. 사네미는 준비해둔 술을 가져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몰래 알아봐 두었던 예복집을 찾아가 손수 제작한 옷을 찾아왔다. 겐야와 자신의 눈동자 색을 꼭 닮은 보라빛이 도는 옷. 마음에 들어할까? 분명 기쁜 얼굴로 받아 줄 것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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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한 일이 계속되면 갑작스런 상황에 현실로 끌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그러했다. 해가 져가는 시간인데 불하나 지펴지지 않은 집에 잊었던 감각이 살아났다. 입밖으로 심장을 토해낼 것 처럼 불안하게 뛰는 감각.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겐야를 불렀고 온기하나 없는 마룻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발견하곤 소중히 품고있던 선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달려갔다.
입가와 손에 묻은 핏자국, 식은땀을 흘리며 추운듯 떨고있는 작은 몸.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해? 겐야 겐야 겐야 겐야
머릿 속이 정리되지 않고 생각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울컥차오르는 눈물과 무서운 생각들을 억지로 집어 삼키며 겐야를 양 팔로 들어올려 병원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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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쌀쌀해지고 그저 조금 무리 했을 뿐이라고 한다. 담담한 진료에 세상에서 동떨어진 기분을 느꼈다. 수액을 맞으며 누워있는 얼굴이 처음 발견했을때보단 나아보여 울지않을 수 있었다. 그래도 불안한건 어쩔 수 없어서 빨리 눈을 떠서 다시 날 바라봐주고, 이름 불러주고, 웃어줬으면 좋겠다. 나의 나쁜 생각이 틀렸다고 부정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온 마음으로 겐야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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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떴을땐 새벽을 넘어 곧 날이 밝아오는듯 창 밖이 파랬다. 그리고 피곤을 가득 머금은 얼굴에 피어나는 생기를 보며 겐야는 또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바보같은 표정을 해.
약속된 식사는 파투가 났고, 모처럼 만들었던 음식들이 있는데 결국 아무도 먹지 못 할 거란 생각에 많이 아쉬웠지만 또 울거같은 사네미의 표정에 그저 조금 아쉽다고만 말했다. 요즘 자기때문에 부쩍 눈물이 많아진 형이 안쓰러우면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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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어둔 꽃이 물을 갈아줘도 언젠가는 말라버리듯 겐야도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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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점의 영향으로 사네미의 숨도 머지 않았음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약해지는게 아닌 더뎌지는 감각. 낯선 기분을 느끼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겐야마저 없는 세상에 도저히 살아갈 다짐을 할 수 없어서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한 평생 널 위해, 너만을 보며 살아왔는데 너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언젠가 겐야에게 했던 말처럼 정말로 겐야가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 그것또한 기꺼이 바라보며 살 자신이 있었다. 단 한번도 인정받지 못할 마음같은건 전혀 문제도 아니었다, 오직 너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며 살아낸 삶들을 돌아보며 끝내 행복한 삶을 안겨주지 못한게 내내 가슴에 남아 죽는 날까지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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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는 사네미가 지어준 옷을 매일 입었다. 실수로 진 얼룩에 펑펑울며 기침을 하고 쓰러질 만큼 속상해해서 겐야를 위해 옷을 더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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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는 사네미에게 매일 작별인사를 고했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 됐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인사를 할 때마다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갑작스럽게 아무런 마음도 전하지 못 할것이 무서워 이기적이게도 매일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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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떠났을땐 내가 너무 못된 말을 해서 다신 못 볼까봐 무서웠는데 지금은 내 곁에 있어주니까 너무 행복해. 동생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 다음생이 있다면 또 동생해도 될까? 안된다고 해도 이젠 정말 안돼. 난 동생 할거야 그때도 내 형은 형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슬픈 얼굴 하지말고 웃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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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네미는 겐야의 부탁을 들어주려 노력했지만 잘 됐는지 장담하긴 어려웠다. 아마 아주 바보같은 표정이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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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숨을 쉬듯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며 드디어 겐야를 만나러 갈 때가 됐음을 느꼈다. 너무 일찍 오진 말라고 했는데 일부러 노력하진 않았으니 혼나진 않겠지. 다시 만날땐 정말 환하게 웃어주기위해 굳어가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똑같이 웃어줬으면 좋겠다. 이번엔 눈물로 흐리게 보지않고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다시 만났을땐 꼭 그때 못 했던 결혼식을 올리자. 바보처럼 너 핑계를 대며 도망쳤던 마음을 부정하는건 이번 삶으로 끝낼게. 그러니 부디 다음 생에도 형 동생으로 태어나주라 그땐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