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님…….”
사네미의 최애 동생이자 막내보다 신경이 가는 차남, 겐야는 드물게 심각한 얼굴이었다.
반사적으로 ‘그러게 형아가 말했잖아.’로 시작되는 타박이 입 밖으로 나올 뻔한 것을 꾹 참았더니 사네미도 덩달아 심각한 표정이 된다.
짧은 침묵이 지나고 겐야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아버린 고대 그리스인처럼 말했다.
“크리스마스 베이비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아기를 말하는 게 아니었어?!”
설마 명사의 뜻풀이가 나올 줄은 몰랐던 사네미는 동공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산부인과의 일과를 취재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TV를 봤다가, 겐야를 봤다가, 천장으로 시선을 올린다.
그러게 형아가 말……, 안 했지. 세상 어느 천지에 남동생에게 크리스마스 베이비를 설명하는 형이 있단 말인가. 그보다 이 녀석은 어째서 이런 걸 묻는가. 크리스마스 베이비란 크리스마스에 수정되어 9월 중순에 태어나는 아기를 말합니다, 라는 건설적이지 못한 지식을 나는 지금 이 녀석에게 심각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는가. 사네미의 사고는 온갖 방향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간 답변은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필요해?”
‘그 해설이 정말로 필요하냐.’와 ‘그게 너와 상관이 있냐.’라는 뜻이었으나 겐야는 어? 소리를 냈다. 사납게 치켜 올라간 눈매를 부드럽게 만들고는 강아지 같은 얼굴로 우물쭈물 대답한다.
“피, 필요하냐 아니냐로 따지면, 필요한데…….”
사네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필요하다고? 크리스마스 베이비가?!
[사네미x겐야] 6월 18일 베이비
18일의 아침, 사네미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토요일이었으나 7월에 있을 1학기 기말고사 대책 회의가 있었기에 학교는 나가야 했다. 느긋하게 일어나 세수하던 사네미는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전날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든 것 치고는 활기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소풍 가는 날의 초등학생이냐. 이게 뭐라고 들뜨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네미는 자조했다.
하필이면 오늘이 회의냐고 불평했던 지난날의 생각을 정정한다. 잠깐이라도 마음을 비울 시간이 없었다면, 온종일 신경이 다른 데 가있었을 터였다.
사네미는 느긋하게 외출 준비를 마치고 손목에 시계를 찼다. 달칵, 시계가 채워진 소리에 반응하듯 등 뒤의 침대 이불이 들썩인다. 부스스한 머리를 그대로 몸을 일으킨 겐야는 실눈으로 탁상시계를 확인했다.
“깨우지…….”
사네미와 달리 겐야는 오늘 하루의 일정이 없었다. 늦잠이나 자라고 알람을 미리 껐을 뿐인데 겐야는 퍽 섭섭한 얼굴을 했다. 사네미가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마쳤단 소리를 듣고 희미한 눈썹을 찡그린다.
“깨우지…….”
두 번째. 사네미는 결국 풋 웃음을 터트렸다. 잠버릇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생의 머리칼을 손으로 빗어 정리해준 뒤, 입술과 뺨 사이 애매한 위치에 입을 맞췄다. 뺨은 아쉽고 입술은 감질난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겐야는 사네미의 입술이 떨어짐과 동시에 혀로 입술을 날름 핥았다.
귀엽네. 사네미는 겐야의 얼굴 흉터를 건들지 않게 콧방울을 톡 쳐주고 출근용 서류 가방을 들었다.
“오후에는 늦지 않게 올 테니까.”
“응.”
현관으로 나가는 사네미의 뒤를 겐야가 서둘러 따라붙었다. 마중은 필요 없다는 뜻의 굿모닝 키스였으나 의도는 전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형님, 나, 저녁 맛있는 거 해놓을게.”
“무리하진 말고.”
“괜찮아. 많이 만들면 위층의 엄마와 동생들에게 가져다줄 수도 있고.”
즉, 저녁은 둘이서만 먹고 싶다는 말이었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겐야의 입꼬리를 보고 사네미는 어금니를 물었다. 턱에 짙게 핏대가 올라온다.
“그, 그리고, 낮에는 집안일이랑 동생들 숙제 봐주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겐야가 뭘 어필하고 싶은지 바로 눈치챈 사네미는 미간을 좁혔다. 저녁 이후 동생들이 아래층에 내려올 모든 요소를 차단하겠다는 거다. 겐야의 말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가 수학여행 간 사이 둘째 어떠냐고 속삭이는 아내의 깜찍한 유혹 그대로였다.
“그래. 귀가하기 전에 연락할게.”
“응. 안녕히 다녀오세요.”
사네미는 겐야의 깜찍한 유혹을 담백하게 받아치면서 현관을 나섰다.
복도를 두세 발짝 걸었을 지점에서 벽을 잡고 한숨을 흘린다. 사네미는 자기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하마터면 설 뻔했다. 이성이 조금만 더 얕았다면 그대로 현관에서 18일의 첫 섹스를 장식했을 것이다.
작은 손으로 형의 검지손가락을 꼭 쥐었을 때부터 귀여웠는데, 최근의 겐야는 더 귀여워졌다. 미치겠네. 사네미는 중얼거렸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제 동생이 얼마나 귀여운지 토로하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먼저, 발상이 귀여웠다.
겐야가 크리스마스 베이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보름 전, 그 아이는 고백하듯 말했다.
‘형님 생일에 아기가 태어나면 형님 생일 베이비가 된다고 생각했거든. 어려운 과제라고 여겼는데…….’
그건 평범하게 부자지간의 생일이 같다고 표현하지 않을까. 그보다 어째서 네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지? 하나하나 걸고 넘어가고 싶었던 사네미는 이어진 겐야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마스 베이비가 크리스마스에 만든 아기라는 건, 다시 말해 형님 생일에 아기 만들기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형님 생일 베이비인 거지?’
귀엽고 웃겨서 콱 깨물어주고 싶은 발언이구나 생각하던 사네미는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단 투로 반박했다.
‘왜 네 생일이 아니야.’
상식을 반으로 접어 겐야의 주장에 편승한다 쳐도, 지극히 주관적으로 사네미는 생일 베이비 타이틀을 붙인다면 겐야의 생일이 좋았다. 겐야가 태어났다는 의미뿐 아니라 자신이 처음으로 형이 된 기념적인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네미의 깊은 뜻도 모르고 겐야는 그게 뭐가 좋냐 묻듯이 작은 눈동자를 또르르 굴렸다.
그 뒤로 이어진 것은 누구의 생일이 더 가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었다. 어느 쪽도 우위는 없다는 것이 정답이란 걸 알면서도, ‘하나만 고른다면’이라는 전제가 서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접점이 이어졌다.
도중에 나온 절충안이 6월 18일이었다. 두 사람의 생일을 공평하게 나눈, 정중앙에 있는 날. 사네미도 겐야도 이 시점에서는 몰랐다. 그게 곧 6월 18일에 ‘아기 만들기’를 하자는 암묵적 동의가 됐다는 것을.
이상한 일이었다. 막상 정확한 날짜가 생기자 둘은 자연스럽게 섹스 리스에 돌입했다. 절제라는 이름의 체력 온존이었다. 당일에 얼마나 개처럼 해대려고 그걸 참느냐고, 누가 보면 웃을 법했다.
그러나 농담으로 꺼낸 ‘아기 만들기’가 절제하는 나날이 이어질수록 진심이 되고 말았다. 이것 역시 플레이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고 자조하는 한편, 사네미는 약속한 6월 18일에 가장 진한 정액을 친동생에게 주입해 자기 아기를 배게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위조차 참았다.
첫 섹스라는 허들을 넘은 뒤 지금껏 꼴리면 몸부터 겹치고 보는 문란한 관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로 엄청난 인내였다.
사네미는 긴 한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출근한 지 세 발짝 만에 퇴근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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