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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보고 웃기만 했습니다. 

 연인과 한 달이 넘게 섹스를 못한 20대 청춘 남성의 심경이 어떻느냐 묻는다면 겐야는 즉시 10개도 넘는 고충을 읊을 수 있었다. 아주 힘들어요. 생각만 했는데 발딱 서요.

혼자 하기도 지쳤어요…


그야 당연했다. 생각만 했는데 발딱 서게 만드는 제 애인이 한 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으니까. 젠장. 열 몇 가지 이유 중 절반은 ‘혼자 하는 게 힘들어요.’ 와 일맥상통한다. 아무래도 발정난 게 틀림 없다.

 다른 지역으로 임시 발령을 나간 사네미는 바쁘다며 근 한 달 간 한 번도 겐야와 단 둘이 사는 집에 오지 못했다. 도시락 한 번 싸다줄 수도 없이 아주 멀리멀리 갔더랬다. 덕분에 겐야는 학창시절부터 염원하던 형님과의 독립 생활 2개월 만에 내조왕, 주부 9단은 커녕 졸지에 한 달 째 자취생활 중이었다.


바빠진 건 사네미 뿐만이 아니었다. 대학생인 겐야도 시험기간에 돌입해 덩달아 바빠진 탓에 둘은 서로에 대한 아쉬움을 영상통화나 하며 달래야 했다.
아주 온 몸이 애달파 죽을 지경이었다. 한 달 못 봤다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덤벼들 때 더 안길 걸 그랬다. 형님과 저의 체력 차이 탓에 늘 끝까지 당해내지 못하던 겐야다. 형님은 hp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냐고.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우라면 말이 또 다르다. 한 달 넘게 쉬었으니 끝장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생각만 하면 뭐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운 겐야가 입술을 툭 내밀었다. 그날도 야근을 한다는 형님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애교스킬을 (말꼬리를 미세하게 늘린다거나, 표정을 좀 더 다이나믹하게 짓는다. 사네미는 이러한 스킬 한 번이면 아주 껌뻑 죽고는 했다.)  쓰는 둥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실은 퍽 우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긴 채 잠들었던 몇 주 전이 못내 그리웠다. 그렇게 피곤하다며 한 번 씩 밀어대던 자신을 반성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겐야가 초점 잃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빨리 자야 내일도 일찍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이 통 오질 않았다. 지루한 듯 손가락이나 꼬물대던 겐야가 건조한 눈빛으로 방 안을 훑었다. 힘없이 굴려지던 눈동자가 책상 위에 세워진 탁상 달력에 잠시 머물렀다. 겐야의 얼굴색이 밝아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아. 이거네. 겐야가 삼베 이불을 마구 발로 차고 일어났다. 회심의 미소가 입에 걸린다.

 

-기념일 이벤트

 

겐야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줍게 입을 가린 손바닥으로 기쁨의 앞광대가 돌진한다.


가만 있어 보자. 우리 형은. 휴대폰을 집어든 겐야가 큰 덩치를 침대 위에 구겨 놓고 오래 전 북마크 해뒀던 사이트를 찾기 위해 거침없이 스크롤을 올려댔다.


기념일 이벤트, 기념일 코스프레. 눈 동그랗게 뜨고 ‘형아’ 한 마디만 해도 좋아하는 형님이 이런 걸 안 좋아할 리가 없었다. 사이트 속 인기 의상들을 조회하던 겐야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얘지기를 반복했다. 용기 있는 선경험자들의 생생한 리뷰들이 음심을 자극했던 탓이다.


하나 둘 . 북마크함이 새로운 사이트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입은 거 보자마자 달려드네요. 덕분에 짐승을 목격했어요.’

‘뜨거운 밤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당ㅎㅎ 날개 돋힌 듯이 했어요!’

‘올해 상반기 최고의 선택.’

 

  단기 섹스리스 커플의 실상에 못내 괴로워하던 몇 분 전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선택.’ 적나라한 문구에 겐야가 베개에 얼굴을 폭 묻었다. 용기 있는 자들의 꿀팁 사용기까지 접수한 몸은 벌써 배배 꼬였고 귀는 불타듯 빨개져 있었다. 


기념일 이벤트만큼 확실하게 한 달 간 묵은 사리를 녹일 방법도 없다. 마침 다음 주가 둘의 1주년이었다. 6월 18일. 그 즈음이면 사네미의 바쁜 일도 차차 마무리 될 터였다.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연하 남친의 위력을 보여줄 작정이다. 검색을 마친 겐야가 아직 서류에 파묻혀있을 사네미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형님, 다음 주 그날 말이야. 그 다음 날도 다른 약속 잡지 마!

 

 

 


-

 

한편 겐야가 그렇게 죽고 못 사는 형아는 역시 몇 주 째 겐야를 안지 못한 설움에 휩싸여 일에 제대로 된 집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참이었다. 이렇게 야근을 하는 게 더 비효율적이겠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른 지역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5주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30분 전에 겐야가 이제 잘 거라며 전화를 해왔으나 잠을 깨워서라도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자러 간다는 녀석의 마지막 말이 보고 싶다는 사랑 고백인지라 사네미는 마음이 시큰했다. 그런 말은 얼굴 볼 때도 좀 해주지.  입술이나 조금 우물거리다 말 모습이 훤해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야근에야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으나 죽고 못 사는 애인을 한 달 넘게 보지 못하는 건 말 그대로 고문이었다. 빨랫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빨랫감 마냥 회전의자에 몸을 뉘였다. 죽을 상으로 갤러리에 들어가 겐야의 바보 같은 얼굴이나 감상했다.


“어, 죽겠다.”


그의 시선이 책상에 세워둔 달력 하단으로 향했다. 6월 18일에 겐야가 몇 달 전 적고 그려넣었던 빨간 동그라미와 바람개비 그림, 그리고 ‘1주년’ 글자가 못내 귀여웠다. 
벌써 다음 주네. 다행히 자신의 일은 그 즈음이면 마무리 될 터였다. 인상 팍 쓰고 달력이나 노려보던 사네미의 얼굴이 문득 생각에 잠겼다.  

 오랜 기간 서로를 만나지 못했을 땐 무언가 깜짝 놀랄 만한, 이른바 깜짝 이벤트라도 선물하고 싶은 게 사랑스러운 애인을 둔 자의 마음이다. 사네미가 6월 18일의 빨간 동그라미를 응시하며 턱을 손으로 가다듬었다.


겐야가 전에 휴대폰에 북마크 해둔 사이트가 불현듯 떠오른다. 픽픽 새어나오는 웃음을 삼키며 사네미가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검색했다. 
그 때 휴대폰으로 30분 전 울렸던 멜로디로 알람이 울렸다. 겐야가 잔다더니 아직 깨어있는 모양이었다.

 

-형님, 다음 주 그날 말이야. 그 다음 날도 다른 약속 잡지 마!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귀여운 자식.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 겐야에게 답장을 보냈다. 저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 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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